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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 팔구 여자 같던데 ! 그 코웃음 소리가 앙칼지고 쨍쨍한 것이라든지‥‥‥” 동영이란 자가
히쭉벌쭉 웃으면서 대꾸했다. “맞았어! 분명히 여자야! 옷자락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향긋한 여
자 냄새가 풍겨 나던걸 ! 어떤, 젊은 여자라는 것만을 나는 똑똑히 봤단 말야!” 단지 황도란 자
만은 묵묵히 무슨 생각에 젖어서, 입을 열지 않고 왼편으로 우뚝 솟아 있는 봉명루 지붕 꼭대기
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누각 꼭대기에서는 흐리멍텅한 광선 속에서 금빛이 번쩍번쩍
하는 봉황새만이 제법 뽐내는 형상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새벽녘이 되었다. 한군데 인적
이 희소하고 으슥한 숲속에, 다 낡은 묘(廟)가 한 채있었다. 새벽 햇살이 비스듬히 묘전(廟殿)문
안으로 쏘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묘 앞에 서 있는 두 그루 큼직한 잣나무 가지에 수많은 참새들
이 재잘거리며 새벽을 노래하고 있었다. 어둠침침한 묘전 안 한쪽편 귀퉁이에 어떤 사람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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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둥그러져 있었다. 그는 전신이 피투성이요, 몸을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얼른 보면 죽어
넘어진 송장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완전히 숨이 끊어진 사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얼마
있다가 이 묘전 한편 귀퉁이에서는 가느다랗기는 하지만 분명히 사람의 신음 소리가 들려 나왔
기 때문이다. 홀연. 이 다 낡은 묘전 문앞을 향하여 질풍같이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대추빛같
이 시뻘건 말 한 필이 있었다. 3. 도둑맞은 야광주 그 말은 목을 길게 내뽑고, 꼬리를
높이 치올리는 품이 드물게 보는 준마(駿馬)였다. 말 위엔 전신에 검은 옷을 입은 아가씨가 타
고 있었는데, 바람받이 짧은 덧저고리가 등덜미로 걷어쳐져서 멋들어지게 바람에 휘날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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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아침 햇살이 반짝반짝 아가씨의 전신을 비추고 있었다. 몸매가 날씬하고 야무져 보였다.
단지, 검은 면사포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잘생긴 모습인지 확인할 수는 없
었다. 바람받이 덧저고리 한편 자락 아래론 한 자루의 칼집이 비스듬히 내다보였고, 칼끝은 황
금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며, 바람에 흔들흔들했다. 민첩하고 또 용감한 아가씨 같아 보였다.
말이 묘 문앞에 다다르자, 점은 옷을 입은 아가씨는 고삐를 앞으로 바싹 당겼다. 대추빛처럼
시뻘건 그 연지마는 한바탕 멋들어지게 울부짖더니, 즉각 선뜻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가씨는 몸을 훌쩍 바람처럼 날려서 땅에 내려섰다. 사방을 샅샅이 휘둘러 보고는 무엇에 쫓
기는 사람같이 날쌘 동작으로 말을 끌고 묘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나서 넓은 마당 한구석에
서 있는 굵직한 나무에 말을 매 놓자, 안장 위에서 조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꺼냈다.몸을 홱 돌
이키더니 쏜살같이 묘전(廟殿) 안으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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