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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는 방정맞게 대답했다. 이치로 따지자면, 이 계집종은 마생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쯤은 해
야 할 것이다. 마생이 계집종의 잘못을 어물어물 넘어가 주었기 때문에, 아가씨에게 꾸지람을 면하
게됐으니 말이다.그러나 계집종은 고맙다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마생을 쳐다보고 입
을 삐쭉, 콧대를 쫑긋거리며 여전히 멸시한다는 뜻을 표시하면서, 몸을 돌려 저편으로 사라져 버
리고 말았다.춘매가 사라져 버리고 나서, 높은 누각 들창가에 우뚝 서 있는 보랏빛 옷을 입은 아가
씨는, 또 한 번 소년을 유심히 내려다보았다.’아! 불쌍한 소년 !’입속으로 가볍게 탄식까지 했다. 그
러고 나서는, 하늘 위에서 높이 나부끼는 보랏빛 가벼운 구름 덩어리처럼 슬그머니 누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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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감추고 말았다.이 한 덩어리의 가벼운 보랏빛 구름.그것은 마생이라는 소년에게는 이 세상
에서 유일 무이한 힘이었다. 만약에 이 한 덩어리의 보랏빛 가벼운 구름 덩어리가 때때로 표연히
소년의 가슴속 깊은 곳에 나타나 주지 않는다면, 소년은 털끝만한 미련도 없이, 죄악으로 꽉 차
있는 이 봉명장이란 곳을 벌써 떠나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소년이 철이 들면서부터, 이 봉명장 사
람들은 누구도 그를 사람같이 취급해 주지 않았다. 단지 소년을 키워 준 유모와 이 한 덩어리의
가벼운 보랏빛 구름 같은 아가씨를 제외하고는, 위로 늙은 장주(莊主) 성수신검에서 아래로 청지
기, 심부름꾼, 계집종들, 일체의 하인배들, 심지어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까지도, 소년을 멸시하
고 욕지거리를 퍼붓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십여 년 동안, 소년은 얼마나 많은 모욕을 참고 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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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욕을 먹고, 매질을 당했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완전히 소
년을 짐승으로 대해 왔다. 누구나 이 소년은 흰 말이 낳은 사내 자식인 줄로만 알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운명의 신(神)에 대해서 반항을 해볼 수도 있었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허구한날
깊은 밤중이 되면 그의 유모에게서 남몰래 무술 재간을 배워 왔기 때문이다.물론, 소년이 배우
고 단련했다는 무술 재간은, 소위 봉명장의 고수급 인물들과 비교한다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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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이고, 하인배들이나 종년들의 재간만도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의
실력을 그렇게 과소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다.까닭 없이 하인배들과 종년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매를 맞을 때마다, 소년은 그들에게 반항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십여 년 동안이나 온
갖 고난을 물리치고 연마하고 단련해 온 무학(武學)의 실력과 재간을 한 번 실제로 시험해 보
고 싶었다.하지만 소년은 손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번번이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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